[ 책 소개 ]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한 한 해 잔소리
『우아한 잔소리』를 소개하는 편집자의 Letter
잔소리를 통해 교실의 행복을 논하다
“선생님이 방금 뭐라고 했니?” (주의 집중시킬 때)
“지금이 몇 시야?” (지각한 아이에게)
“셋 셀 때까지 써. 하나 둘 셋!” (공책 정리할 때)
“뭐라고? 잘 안 들려.” (발표할 때)
“꼭 선생님이 볼 때만 정리하니?” (정리정돈 시간이나 1인 1역 할 때)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의 잔소리도 시작됩니다. 새 학년 새 친구 새 담임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할 때 선생님 잔소리의 가짓수도 점점 늘어갑니다. 한번 시작한 잔소리는 멈출 수 없는 잔소리 대행진으로 한 해 내내 이어집니다.
“다 같이 해!” (모둠 활동 시간에)
“친한 친구랑 같은 모둠은 안 돼!” (또래 집단 관계 형성할 때)
“이것도 먹어봐! 저것도 먹어보고!” (급식 시간에 편식하는 아이에게)
이런 잔소리는 애교이지요. 선생님도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은 잔소리가 하는 수 없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킬 때입니다.
“왜 너밖에 모르니?”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때)
“질 때도 있지!”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 (친구들끼리 싸움이 났을 때)
“친구 괴롭히면 안 돼!” (따돌림이 일어났을 때)
위의 잔소리 목록이 고스란히 이 책의 목차가 되었습니다. 잔소리하기 싫어도 잔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선생님에게 보내는 19통의 편지 속에는 잔소리를 매개로 한 학급 긍정 훈육법의 실천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교사가 왜 잔소리를 하게 되는지, 아이들은 잔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잔소리 없이 학급을 운영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친절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해나가는 홍은채 선생님의 편지를 읽어나가다 보면 경청과 격려, 민주적 학급 운영으로 아이들의 자율성을 일깨우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교사의 역할을 재발견하게 됩니다. 지긋지긋한 잔소리가 아들러 심리학에 바탕한 학급 경영법을 설명하기 위한 소재로 이용되다니, 저자 홍은채 선생님의 창의력이 참 대단하지요?
진솔한 고백이 불러오는 공감 포인트
홍은채 선생님이라고 잔소리쟁이 선생님이 아니었을까요. 이 책을 먼저 읽은 강우미 선생님이 보낸 추천의 편지에는 하루종일 잔소리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란 홍은채 선생님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내가 원하는 것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아닌 아주 슬픈 새드 엔딩이라는 생각….”
홍은채 선생님이 쓴 잔소리 편지들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말하기 때문입니다. 홍은채 선생님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칭찬과 보상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행동의 지속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야기, 소풍날 아이들끼리 나눠먹은 쿠키 하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연이며 학부모의 일방적인 요구에 힘겨워했던 상황 그리고 방학 날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며 잔소리를 하는 선생님도 실은 학창시절에 게으른 방학 생활을 했었다고 털어놓는 대목 등 소소하지만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힐링 포인트가 곳곳에 포진돼 있습니다.
교실엿보기 & 보너스잔소리
아이들을 향해 다다다다 잔소리를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 그 앞에서 멍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직감한 홍은채 선생님. 그때가 바로 변화가 시작된 터닝포인트였죠. 홍은채 선생님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아동상담을 전공합니다. 대학시절부터 접해온 <아들러 심리학>을 파고들며 아들러가 제시한 새로운 교사상에 주목하여 열심히 공부해나갔죠. 그렇게 쌓은 지식을 교실 현장에서 실천하며 자신만의 학급긍정훈육법을 만들어온 홍은채 선생님이 그간의 고민과 경험을 동료 교사들과 나누고자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편지들 속에는 홍은채 선생님의 교실에서 실제 있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선생님의 잔소리 한마디와 함께 그 잔소리가 발화되는 교실 속 상황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가서 어떻게 친절하고도 단호한 선생님으로서의 우아함을 잃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내는지 보여줍니다. <교실엿보기> 코너에서는 홍은채 선생님과 교실 속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코너에서 홍은채 선생님은 경청 연습하기, 복습 노트 쓰기, 발표 연습, 1인 1역 정하기, 소시오넷 검사, 격려하기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해나가는 교실 속의 크고 작은 일상의 활동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해나갈 수 있는지를 현장의 소리와 함께 체계적으로 안내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홍은채 선생님 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와글와글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홍은채 선생님은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잊지 않고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힐 만한 잔소리 쪽지를 건네줍니다. 일곱 군데 마련된 <보너스잔소리> 코너는 교사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보석 같은 페이지입니다. 이 코너에서 홍은채 선생님은 잔소리를 하기 전에 질문부터 던집니다.
-보상과 처벌이 옳은 방법일까요?
-삶의 자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아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방학 때도 잔소리를 한다고요?
-학부모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요?
-문제행동을 어떻게 해결하죠?
홍은채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교실 속에서 교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다양한 고민을 따뜻하게 공감하고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나누려 하였습니다. 교직 생활 11년을 맞은 홍은채 선생님의 첫 책『우아한 잔소리』속에서 독자는 오늘날 교사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게 될 것입니다.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도록 이끌 수 있다는 격려를 받을 것입니다. 서로 경청하고 격려하며 민주적인 관계를 몸에 익힌 아이들이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